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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수상했다. 이름도 생소한 신인 프로듀서의 첫 번째 앨범이라고 하기에는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이름에서 느껴지는 의아함이 꽤나 크다. 친분을 통한 피쳐링이든 무엇이든 간에, '빅딜'의 'Dead'P'와 'Deepflow', '소울 컴퍼니'의 'Mad Clown'과 그의 마지막 결과물을 선물한 '칼날', 'Urbanalog'의 'Sempe'. 그리고 'Huckleberry P', 'KyFish', '9815', 'La'Deep', 'EachONE'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언뜻 매치가 잘 되지 않는 이 쟁쟁한 뮤지션들이 신인 프로듀서 한명의 앨범 하나를 통해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그런데 더 수상한건 신인이라고 하기엔 생각보다 너무도 잘 다듬어지고 짙은 색감을 지닌 앨범이라는 것이다. 이전부터 화려한 참여진으로 치장된 프로듀싱 앨범을 접해 보지 않은 것이 아닌데, 사실! 모든 앨범이 썩 만족스러웠던 것도 아니다. 너무도 뚜렷한 색깔과 개성을 가진 MC들이 지그재그로 배열되서는 프로듀싱 앨범 자체가 정체성을 잃어버려 그 의미가 퇴색해버린 경우를 종종 봐왔다.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Endroad'의 프로듀서 'Comma'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을 듣는 동안에는 그러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혹시 기억할지 모르겠다. 2006년도에 발매 되었던 '정답Itellic'의 앨범 [An Intellic Island]와 온라인으로 발매된 [Bloomfield Ave.] 앨범을. 크게 주목 받은 앨범은 아니지만 리스너들 사이에서 화제를 받지 못한 사실 자체로 간간히 화자가 될 정도로 뛰어난 완성도와 충분히 훌륭한 곡들로 채워진 앨범이었다. 그리고 바로 앨범의 프로듀서가 바로 지금의 'Comma'이며, 첫 번째 정규 앨범의 퀄리티가 이 정도라는 사실도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 거려진다. 그리고 신인의 원초적인 느낌보다는 그 이상으로 진보되고 발전된 모습으로 등장한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이쯤 되면 호기심 정도 또는 속는 셈 치고 플레이 버튼을 눌러 다같이 'Comma'가 들려주는 사운드에 귀를 기울여 보자. 참고로 말하지만 이 앨범은 산책로 혹은 인적이 드문 벤치에 커피와 담! 배만 있어도 충분한 앨범이다.

Comma 1st Album - Beats Rhymes And Life

일부로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앨범을 듣는 내내 가장 놀라웠던 점은, 프로듀싱 앨범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지만 생각한 것만큼 잘 되지 않는 '일관성'을 너무도 잘 살려냈다는 것이다. 1번 트랙부터 13번 트랙까지 어느 것 하나 튀거나 모난 트랙이 없이 'Comma'가 만들어낸 커다란 자양분과 줄기에 MC들은 그 안에서 일정한 가지를 뿜으며 온전한 완성체를 만들어 낸다. 듣기에 부담이 가거나 각오를 하고 들어야 하는 아방가르드한 사운드 하나 없이 모던하고 도시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 온다. 오래간만에 듣는 목소리의 '9815'의 [폐허의 도시]를 비롯해, 색소폰 샘플링의 잔상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진함, 그리움을 이야기하는 'Dead'P'의 [다시 웃으며], 일상 탈출을 노래 하는 'KyFish'의 [쇼생! 탈출], 그리고 당분간 씬에서 만나기 힘든 '칼날'의 [주변인]은 칼날의 시니컬한 가사와 'Comma'의 세련된 비트가 시너지 효과를 내며 칼날의 팬이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베스트 트랙을 선물한다. 또한, 'Huckleberry P' 와 'La'Deep'의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을까?]에서는 오래간만에 경쾌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리스너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며, 'Sempe'와 '아름'의 [Keep In Touch] 역시 urban한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Deepflow'와 'Mad Clown', 그리고 'Sikboy', 'Unique One', '정답'은 자칫 진부한 패턴으로 일관 될 수 있었던 앨범에 긴장감을 불어 넣어주며 확실한 이음새 역할을 해주고 있다. 'Comma'의 [Beats Rhymes And Life] 앨범에서 가장 반가운 부분이 바로 이러한, "MC를 위한 프로듀싱 앨범이 아닌, 프로듀서를 위한 MCing"의 느낌이며, 이것이 앨범을 듣는 동안 시종일관 흐뭇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Comma'의 [Beats Rhymes And Life] 앨범은 최근의 트렌드인 클럽 사운드나 특유의 흥겨움에서 과감히 탈피해 클래식한 드럼앤 베이스와 적절한 샘플링, 딱 제자리에 배치된 스크래칭을 통해 'Comma'만의 모던하고 절제된 감성을 잘 살려냈다. 신인이라고 하기엔 앨범이 전체적으로 상당한 견고함 역시 느껴지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트랙 하나하나를 떼어 놓더라도 베스트 트랙으로 손색이 없는 곡들도 제법 포진되어 있을뿐더러, 첫 번째 정규 앨범에서 쟁쟁한 뮤지션들을 자신의 비트위에 균형감 있게 조율해 놓은 'Comma' 역시 앞으로 그가 보여줄 행보를 무척이나 궁금하게 만든다.

[수록곡]

1-1. Intro

1-2. 폐허의 도시 - 9815

1-3. Respect Life - Deepflow feat. DJ Wegun

1-4. COMMA - 정답

1-5. 다시 웃으며 - Dead'P feat. EachONE

1-6. Respect Ma Swagger - Sikboy feat. DJ Juice

1-7. F.U.C.K. (Interlude) - Mad Clown

1-8. 쇼생크탈출 - KyFish

1-9. 주변인 - 칼날

1-10. Warning - Unique One

1-11.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을까? - Huckleberry P & La'Deep

1-12. Definite Answer - Sempe feat. 아름

1-13. Out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