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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곡의 노래. 2곡의 연주곡. 37분여의 러닝 타임. 4년만에 발표된 언니네 이발관의 세번째 앨범이 가지고 있는 '기본 정보'다. 기다림이 길었던 것 치고는 좀 아쉽다. 왠지 모를 의아함을 풍기는 자켓도 낯설긴 마찬가지이고.

첫 곡 '헤븐 (단 한번의 사랑)' 이 흘러나온다. 찰랑대는 기타 연주와 여리디 여린 이석원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깜짝 놀라게 된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노래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

첫 곡의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의 백미라 생각하는 두 번째 트랙, '나를 잊었나요?' 가 뒤를 따른다. 너무나 단순하지만, 그 안에서 보여지고 만져지는 느낌은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프게 되묻는 노랫말 속에서, 나몰라라 하며 무심히 흘러가는 연주를 타고 눈물이 한줄기 주루룩 흐를 것만 같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여러 인디 밴드들의 틈 속에서 소리소문없이 발매된 언니네 이발관의 3집에는 그 동안 가요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순수함과 진지함이 하나 가득 묻어있다. 쉬운 단어들이지만, 쉽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가사와, 편하게 들리지만 만들어지기는 어려운 멜로디 등 어느 하나 소홀하지 않은 곡들의 함량은 그만큼 진하고, 어느 순간 계속해서 플레이시켜 듣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이 그 동안 두 장의 앨범을 발표했던 '중견' 그룹이라는 사실. 인디 쪽에서는 벌써 상당히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 여러 매체들의 호의적인 평가... 그냥 한 번만 들어보면 다 잊게 된다. 곡 자체로서 이렇게 만족스러운데,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수록곡]

1-1. 헤븐 (단 한번의 사랑)

1-2. 나를 잊었나요?

1-3. 괜찮아

1-4. 남자의 마음

1-5. 울면서 달리기

1-6. 2002년의 시간들

1-7. 지루한 일요일

1-8. 불우스타 (不遇Star)

1-9. 안녕

1-10. 표정

1-11. 언젠가 이발관